오늘날 도시의 야경은 너무 익숙한 모습이다. 거리의 가로등과 건물 조명, 광고판까지 밤에도 도시가 밝게 유지되는 일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19세기 말만 해도 밤거리는 지금보다 훨씬 어두웠고, 전기는 아직 낯선 기술에 가까웠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는 이런 분위기를 크게 바꾼 사건 중 하나였다. 이 박람회는 단순히 새로운 기계를 전시하는 수준을 넘어 “전기로 움직이는 미래 도시”를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줬다.

특히 수많은 전구로 밝혀진 박람회장의 야경은 당시 방문객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전기가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시카고는 왜 대형 박람회를 열었을까

19세기 후반 미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철도 산업과 제조업이 발전했고, 대도시 인구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중 시카고는 미국 중서부의 중요한 산업·교통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었다.

특히 시카고는 1871년 대화재 이후 도시를 거의 새롭게 재건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현대적인 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 했다.

1893년 박람회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 4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준비됐다. 미국은 이를 통해 유럽 국가들에 뒤지지 않는 산업 기술과 도시 발전 수준을 보여주고자 했다.

박람회장은 매우 큰 규모로 조성됐고, 건축·교통·기계·예술 등 다양한 분야 전시가 함께 진행됐다.

‘하얀 도시’라 불린 박람회장

당시 박람회장은 “화이트 시티(White City)”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건물 외벽을 밝은 색으로 통일했고, 야간에는 전등 조명까지 더해져 매우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방문객들에게 가장 강렬했던 경험은 밤의 풍경이었다. 이전까지 많은 도시에서는 가스등이나 석유 램프가 일반적이었는데, 박람회장에서는 대규모 전기 조명이 사용됐다.

수만 개 전구가 건물과 거리, 분수 주변을 밝히는 모습은 당시 사람들에게 거의 미래 도시처럼 보였다. 신문 기사와 여행 기록에도 “밤이 낮처럼 밝았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전기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던 셈이다.

에디슨이 아니라 테슬라 방식이 선택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박람회가 전기 기술 경쟁 역사와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직류(DC) 방식과 교류(AC) 방식 경쟁이 치열했다.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 시스템을 밀고 있었고, 조지 웨스팅하우스와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카고 박람회에는 교류 방식이 사용됐다. 이유는 대규모 공간에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유리했기 때문이다.

박람회 조명 성공 이후 교류 전력 시스템은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전력 공급 체계 역시 교류 기반이다.

즉, 시카고 박람회는 단순 전시 행사를 넘어 실제 전기 인프라 역사에도 큰 영향을 남긴 사건이었다.

박람회가 도시 계획에 남긴 영향

1893년 박람회는 건축과 도시 계획 분야에도 영향을 줬다. 깔끔하게 정리된 도로와 공공 공간, 조화로운 건축 배치는 이후 미국 도시 설계 흐름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아름다운 도시 운동(City Beautiful Movement)”이라는 흐름이 등장하면서 공원과 광장, 공공 건축 디자인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산업화된 도시가 단순히 공장만 많은 공간이 아니라, 보기 좋고 정돈된 환경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박람회 이후 시카고는 물론 다른 미국 도시들도 도시 미관과 공공시설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세계박람회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실제 도시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89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는 전기의 가능성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보여준 행사였다. 특히 야간 조명과 교류 전력 시스템은 이후 도시 생활 방식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다음 글에서는 20세기 초 박람회에서 등장한 미래 교통 기술과 초기 자동차 전시 문화에 대해 이어서 살펴본다.

FAQ:

Q1. 왜 시카고 박람회 야경이 그렇게 유명했나요?
당시에는 대규모 전기 조명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밝은 전기 도시 풍경을 경험했다.

Q2. 교류 전력 방식은 왜 중요했나요?
멀리까지 효율적으로 전기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도시 전력 공급에 유리했다.

Q3. ‘화이트 시티’라는 이름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밝은 색 건물들과 전기 조명으로 인해 박람회장이 전체적으로 하얗게 빛나 보였기 때문이다.